전통의 길, 현대의 공간을 만나다
오랫동안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거리로 각광받은 인사동, 외국인들에게는 반드시 다녀가야 할 관광 코스요, 내국인들에게는 맛과 멋을 찾아 숨어들기 좋은 종로의 골목길이었다. 쌈지길은 이런 인사동의 고유한 색깔을 바탕으로 2004년 새롭게 탄생한 인사동의 명물이다.
전통의 거리인 인사동에 현대적인 콘트리트 건축물로 우뚝 서 있지만 그리 이질적이진 않다. 설계 당시부터 인사동의 고유한 색깔을 전제로 한 까닭이다. 쌈지길은 전통과 현대 공예품들이 입점한 쇼핑몰이지만 그 이름처럼 길을 테마로 한다. 건물이 들어선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길을 연장한 격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 최문규는 인사동 하면 떠오르는 골목의 이미지를 공간으로 형상화했다. 인사동의 참맛이야말로 대로에서 골목을 따라 숨어들어 만나는 아기자기한 맛과 멋이라고 생각한 것. 두 사람이 지나가면 어깨를 부딪쳐야 할 만큼 좁은 골목에 할머니의 쌈짓돈 같은 정이 숨어 있다 여겼다.
쌈지길에 들어서면 아랫길마당에서 가운데마당을 지나 하늘마당으로 오를 때까지 계단이 아닌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4층 규모이지만 계단은 초입의 진입로에 있는 것이 고작이다. 길은 스프링처럼 중정을 휘감으며 옥상까지 500미터나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9.9제곱미터(3평) 남짓한 작은 공방과 상점 등 70여 개의 매장이 즐비한데 특히 1층 매장에 있는 가게 12개는 쌈지길이 생기기 전부터 인사동에 있던 터줏대감들이라고 한다. 주춧돌 역시 본래의 자리에 있던 걸 사용했다고 하니 공간의 부활인 셈이다.
즐거운 공예 마을
인사동길에서 쌈지길로 접어들면 곧장 너른 마당이 펼쳐진다. 전통 먹을거리를 파는 좌판까지 벌어지니 옛날 시장의 풍경이 물씬 풍긴다. 입구에는 매장 주인들이 직접 쓴 간판이 걸려 있다. 간판이라지만 명패만한 사각 나무에 비뚤하게 적은 손글씨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정감 있는 것이 쌈지길의 매력을 고스란히 닮았다. 마당을 둘러본 후에는 길을 따라 차곡차곡 걸음을 쌓듯 길을 오른다. 매장을 차지한 주인공들도 다양하다. 서울시 무형문화제로 선정된 장인의 공방도 있고, 아직은 조금은 서툰 듯한 대학생들의 공방도 있다. 길을 따라 새로운 작품과 풍경이 들고나니 길이 지루하지 않고 간간이 바깥으로 보이는 인사동의 풍경도 흥미롭다. 그렇게 정상에 이르면 북카페 ‘갈피’와 ‘하늘정원’ 같은 휴식 공간과 공예 전용 전시관 갤러리 ‘숨’을 만난다.
길 한쪽에는 1층까지 이어지는 계단이 숨은 그림처럼 자리한다. 계단 옆으로는 커다란 장미나무 한 그루가 4층까지 거대한 꽃을 피우고 있어 출사 나온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 씨가 운영하는 살랑 드 언니네 이발관도 쌈지길의 명물, 와인 한잔과 함께 문화 체험이 더해진다. 한층 더 신나고 경쾌해진 인사동을 즐기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쌈지길을 찾아도 좋을 듯싶다.
2층 난간에서 본 쌈지길. 쌈지길의 테마를 이루는 거대한 길의 순환
벽에 그린 그림은 마치 낙서처럼 존재해 아련한 추억을 불러낸다.
길을 걷다 우연처럼 만나지는 디자인 요소들은 마치 숨은그림처럼 자리한다.
쌈지길 소식을 이용하는 것도 쌈지길을 알차게 즐기는 방법
간판과 진열장 하나하나에도 쌈지길만의 색깔이 있다.
전통의 마을 인사동에서 쌈지길은 전통을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한 대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손글씨의 느낌이 듬뿍 묻어나는 쌈지길의 재미난 간판
옥상정원에서 지하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계단길에는 최정화의 작품인 거대한 장미꽃이 존재한다.
때로는 휴식 공간으로, 만남의 장으로, 축제의 행사장으로 이용되는 쌈지길의 중정
매장의 조명과 장식에도 작가의 개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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